높고 쓸쓸한 방
돌멩이를 던졌다 검푸른 물이 고여 있는 담(潭)
파고드는 돌팔매에도 한 치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온다 흔들흔들 서로의 얼굴을 맞대며 간격을 좁히는 나무들
흐르지 못하는 담(潭)은 담(坍)이다
어느 순간 문 닫은 방이다
저 깨지지 않는 검푸른 빛의 고요는 어느 찰나 너도 모르게 터져 나온 비명의
농도인가
희석되지 않는 멍은 묘혈이다
세찬 물줄기로 헤쳐 나와야할 고독의 염천이다
태양빛은 서로를 향해 팔과 다리를 뻗을 때 가슴을 밀고 올라오는 것
그 속에서 오래도록
층층 단층의 퇴적의 시간을 쌓는 너는
어느 행성에서 떨어져 나온 운석인가 미증유의 삶을 사는가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저
답 없는 답을 두드릴수록 답 없는 방이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친다
더욱 더 흐르지 못하는 높은 담을 키운다
서정임 |2006년『문학선』등단. 시집「도너츠가 구워지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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