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는 날 본디 지닌 모든 것에서 쓸데없는 군더더기가 많다. 뚝 떼놓고 싶은 것 중 계절의 변화에 민망하리 만치 민감하다. 추위에 약하고 더위에 기진맥진하는 저질 체력 탓으로 다른 사람들은 별 탈 없이 잘 지나가는 여름 한 귀퉁이가 늘 허물어진다. 자물쇠를 닫아거는 현관 앞 현기증에 더위 탓이라고 억지 핑계를 대는데 책방인데 시집 한 권 보내겠다는 막내딸 문자다. 목젖에 차오르는 낌새를 용케 잘 알아채는 막내딸 덕분에 왈칵 솟구치는 눈물이 결국 계단을 헛잡게 한다. 며칠, 다스려지지 않던 속내가 비정할 만큼 어쩔 수 없이 모질어졌다. 오뉴월 땡볕임에도 가슴속은 서걱거린다. 사회이건 가정이건 무슨 일에서나 중심은 있게 마련이다. 그렇게 집단의 형평을 이루게 된다. 가족 구성원 중 맏이가 중심이라야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