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문파 46

문파 2021년 겨울호

도서명 : 문파문학 62호 (2021 겨울) 저자 : 문파문인협회 편집부 정가 : 15,000원 출판사명 : 문파문학사 출간일자 : 2021-12-01 페이지 : 196쪽 ISSN : 1976-1864 주제별 분류 : 국내도서>잡지>문학/교양>문예지 [ 책 소 개 ] 『문파』는 문학의 향기를 음률에 담아 계간으로 발행하는 문예지이다. ‘참신한 문학인의 걸음’을 올곧은 푯대로 삼고 110여 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이번 호에는 새로 편성된 ‘여성 작가 재조명’의 첫 번째로 한국 근현대문학의 문을 연 ‘박화성’ 소설가에 대해 서정자 선생님이 조명해 주셨다. 그간 백선욱 작가가 맡아온 ‘작가가 읽는 사진 한 장’ 코너는 사진 대신 박새로미 화가의 일러스트와 이혜미 시인의 글로 새롭게 선보인다. 지면의 제목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조해주 시인의 [시먼딩] 시 낭송

2021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조해주 시인의 [시먼딩]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시먼딩 조해주 눈앞을 지나가는 빛의 무리는 정말 오토바이일까 한 대의 오토바이가 푸르게 쌓아놓은 석과 더미를 무너뜨린다 천막 아래서 졸던 과일가게 주인이 놀라서 얼른 뛰어나오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덩어리들을 주워 담기 시작한다 이거 먹 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과육 석과에서 나온 하얀 속이 여기저기 덮인 바닥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 정말은 무엇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마는 그것을 멈춰 세우는 순간 사람 머리 따위는 한 번에 날아가버리겠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젖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부서진 석과는 부서지지 않은 석과와 함께 봉투에 가득 담겨..

시 낭송 2021.09.08

[유종인의 미술 이야기] 유종인- 조선의 그림과 제화문:풍속화(上)

조선의 그림과 제화문題話文 풍속화 上 조선의 풍속화는 문인 사대부의 그림이나 전문 도화서 화원畵員속에서도 귀중한 당대적 삶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진솔한 궤적이다. 다른 모든 그림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풍속화는 그 당대의 구체적인 진실을 진솔하게 담아 시간의 격절隔絶을 넘어 현시할 수 있는 이미지의 타임캡슐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보고 그 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한다. 이는 역사적 기록이나 왜곡된 분장粉粧의 매체로부터조차 소외돼 버린 당대의 여사여사한 민초들의 굴곡진 삶의 애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회화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지금 여기의 삶을 입체적으로 반추하고 객관화시킬 수 있는 예전의 오늘인 셈이자, 오늘로부터 그날을 ..

재미마당 2021.09.06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기획특집] 동시영-김광규 시의 구성법 분석

김광규 시의 구성법 분석 동시영 1. 머리말 쥬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시적 예술은, 긍정적 거부, 심미적, 형식적인 통일성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를 하며 인간의 비균질성에 대한 확신을 웅변적으로 진술한다” 했다. 문학은 언어로 하는 예술적 혁명이다, 시적 언어, 시 텍스트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섬세하고 체계적인 거부의 도구를 요구한다. 예술적 행위에 의하여 예술의 밖에 있어야 한다. 시가 쓰여지는 한, 시 쓰기의 방법은 완성도 전형도 없다.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은 “시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학적 분류, 상호 관계에 대한 설명을 총체적으로 하다 보면, 연구자는 예상치 못한 균형 잡힌 구조, 등가적 형태의 효과적 누적, 상호작용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이 글은 김광규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기획특집] 권성훈-시마의 원리와 기호학

시마詩魔의 원리와 기호학 권성훈(경기대학교 교수) 1. 시의 힘은 시마詩魔에서 나온다. 시마는 친숙한 것을 생소한 것으로 만드는 마력을 가진다. 독자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정신을 현혹시킨다. 이것은 언어 작용으로서 낯익은 것도 낯선 것으로 변화시키는데 기호로 형성된다. 기호는 전달 기능으로 소리 언어가 아닌 문자 언어 체계를 매개로 한다. 기호학에서는 이를 의미 작용과 의사소통으로 나눈다. 의미 작용signification은 기호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데 쓰인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이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다. 이 둘을 합한 것이 바로 소쉬르(Saussure, Ferdinand de, 1857~1913)가 기호학에서 말하는 기..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김미원-나의 감옥의 벽 허물어지거라, 프리드리히 횔덜린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1770~1843)은 사후 50년이 지나 하이데거에 의해 빛을 본 시인이다. 정신 분열증으로 40여 년 동안 세상에서 유폐된 삶을 살다 간 불우한 시인이란 사실에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병에 걸려 고향 슈바벵으로 돌아온 갈 곳 없는 시인을 흠모한 목수가 자기 집 이층에 살게 하면서 돌보았으니 더없이 드라마틱한 삶이 아닐 수 없다. 횔덜린은 아버지를 두살 때 여의고 새 아버지마저 아홉 살 때 잃었다. 목사의 딸이었던 어머니는 횔덜린이 목사가 되기를 바랐다. 어머니의 간절한 소망을 알고 있던 횔덜린은 헤르만 헤세가 못 견디고 뛰쳐나온 규율이 엄한 마울브론 신학교를 졸업했다. 곧이어 명문 튀빙겐 신학교에 들어가 룸메이트였던 헤겔과 교류하면서 학업을 마치고 목사 자격증을 받았지만..

재미마당 2021.09.06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수필마당] 정선이(박정희)-젊은 날의 추억

젊은 날의 추억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J의 귀국과 함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의 모임을 약속한 것은 가로수 잎들이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는 지난 가을이었다. 성씨만 다를 뿐 이름도 같고 키도 비슷와한는 J 두 정희라고 불러주는 선생님들과 친구들부터 사랑과 관심 가운데 여고 시절을 보냈던 사이였다. 고향을 떠나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며 지내고 있던 J와 마지막 만남은 지방에 있는 약학대학 교수로 임명을 받았다는 소식을 알려온 그녀와 차 한 잔을 나누던 날이었다. 그렇게 헤어진 그녀가 약학대 학장직을 내려놓고 소록도로 내려가 10여 년을 봉사하던 그곳을 떠나게 될 때이다. 아프리카에 머물며 교육과 의료 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준 것은 원불교 신자인 친구들에게서였..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수필마당] 이흥수-보름달

보름달 지친 하루해가 소리 없이 사위어간다. 땅거미가 지는 저녁나절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덩달아 바쁜 마음으로 아파트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잠시 숨을 돌린다. 무심코 올려다 본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는 휘영청 보름달이 훤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얼마만인가, 전염병으로 오래 동안 갇혀 지내느라 마음 놓고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여유도 없었다. 반가운 마음에 보름달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가벼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60년대 중반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객지 생활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외삼촌댁에 기숙하여 주거는 안정되었지만 서투른 교내 생활과 처음 겪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학교 마지막 수업..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수필마당] 김진진-원시적 시간

원시적原始的 시간 빈센트 반 고흐나 앙리 마티스, 마르크 샤갈이 즐겨 사용한 ‘코발트 블루’는 진청색이다. 고흐의 이나 마티스의 나 샤갈의 는 푸른색이 인상적이다. 신비함과 관대함으로 상징되는 이 색은 청결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차갑고 고독하며 성스럽고 아름다우나 때로는 도도하고 정열적인 느낌마저 발산한다. 1775년 루이 자크 서나드 등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탄생된 안료다. 코발트는 약간 붉은빛이 감도는 강렬한 톤의 파란색 분말로 코발트라는 귀한 광석을 사용하여 만들어내는 화합물이다. 지금도 중요 생산지는 고대 페르시아로 불리던 이란이다.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는 코발트를 유액에 넣어 만든 푸른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8세기 이후 중국으로 수입되어 청화백자 같은 고급도자기가 유럽의 명문가들에게 팔..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수필마당] 문육자-우이도의 바람

우이도의 바람 선상에서 기적처럼 만난 의 아주머니는 혀를 찼다. 식구들이 모두 목포에 살고 있으니 예약 손님이 없으면 목포에서 지내다 민박집엔 철새처럼 한 번씩 들르는 걸 알면서도 연락 없이 오다니…. 같은 배를 탔으니 망정이지 어쩔 뻔했느냐는 아주머니의 말에 바람이 꼬드겨 훌쩍 떠나왔다는 변명을 목젖으로 삼키며 웃기만 했다. 아주머니 얼굴에 반가움이 역력함을 놓치지는 않았다. 목포에서 하루에 한 번 뱃길로 4시간. 다도해 국립해상공원의 해역에 우이도는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는 허용되지 않고 마냥 흙길을 걸어야만 하는 곳. 섬시인 이생진 선생님을 따라 처음 발을 디딘 이후 우이도를 끊임없이 그리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지청구를 들으면서까지 불쑥 찾아가곤 한다. 지난번 사흘을 계속해서 비에 젖은 채 창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