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등 쓸어내리는 오후 고양이 등 쓸어내리다 눈물길을 보았다 손끝에 와 닿는 여린 숨결 활처럼 굽은 등을 따라가면, 몸을 돌돌 말고 앉아있는 너의 세계를 읽고 싶다 오늘 나는 젖은 문장으로 앉아 너에게 무릎의 언어로 말한다 모쪼록 거친 내 손끝에 걸려 아프게 기억되지 않기를 닫힌 마음은 좀체 열리지 않고 너의 눈빛 미동도 없는데 바람은 부드러운 입술로 다가가라 하는데 먼저 내민 손이 자꾸만 뒷걸음질 친다 저 깊은 우물의 행간 속 코끝 차가운 입맞춤으로 불러봐도 대답 없는 침묵뿐이다 서로를 물고 뜯고 핥으며 지낸 시간의 무게가 너무 깊어 지독한 허기가 찾아든 낮달 속 너의 세계를 가만히 건너다본다. 정영미 | 2012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 『밥에도 표정이 있다』. 동서커피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