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냥
잠자듯 눈을 감고 누워있어도
멍하니 눈을 뜨고 앉아 있어도
나는 알고 있다
당신이 내 곁을 떠났다는 것
그러나, 오늘도
믿을 수가 없다
지금도 그냥 그 의자에 당신이 앉아 있고
지금도 그냥 그 침대에 당신이 자고 있다
사시사철 함께 걷던
아사아 공원 산책로를 맥 놓고 걷는다
걱정하지 마
나는 45도 열사의 중동 모래땅에
수백 채의 집을 짓고도
끄떡없이 살아 돌아온 사람이야
당신만 아프지 마
나는 강철 같은 사나이야
강아지처럼 웅크리고 앉아
지금 그의 말소리를 듣고 있다
까치가 까깍 까까깍 지껄이며
머리 위를 날고 있다
약속은 뜬구름처럼 허망한 것이라고,
멍청하게 일어섰다 앉는다
당신은 이미 내 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백미숙 | 2005년 『한국문인』등단. 계간문파문학회 명예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문
학의 집・서울 회원,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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