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인 2

[유종인의 미술 이야기] 유종인- 조선의 그림과 제화문:풍속화(上)

조선의 그림과 제화문題話文 풍속화 上 조선의 풍속화는 문인 사대부의 그림이나 전문 도화서 화원畵員속에서도 귀중한 당대적 삶의 실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주는 진솔한 궤적이다. 다른 모든 그림들도 그렇겠지만 특히 풍속화는 그 당대의 구체적인 진실을 진솔하게 담아 시간의 격절隔絶을 넘어 현시할 수 있는 이미지의 타임캡슐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내밀한 속살을 들여다보고 그 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감각하게 한다. 이는 역사적 기록이나 왜곡된 분장粉粧의 매체로부터조차 소외돼 버린 당대의 여사여사한 민초들의 굴곡진 삶의 애환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회화적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지금 여기의 삶을 입체적으로 반추하고 객관화시킬 수 있는 예전의 오늘인 셈이자, 오늘로부터 그날을 ..

재미마당 2021.09.06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기획특집] 유종인 - 두 자화상 속에 드리워진 황홀경의 자아 혹은 무아

두 자화상 속에 드리워진 황홀경의 자아 혹은 무아 창밖에 바람이 분다. 한때 탐라(耽羅)에 내려와 창밖 멀리 섬을 스치는 바람을 본 적도 있다. 오늘의 나와 그날의 나는 어느 것이 더 윗길인가. 그런 것이 있기나 한가. 창밖의 바람은 그 자신이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불까. 또 바람이 의식하는 ‘자신’이라는 것은 또 무언가. 그리고 자신이 겨울 속에서 불어서 겨울바람이라고 알고 작정하고 강퍅하고 춥고 거칠게 부는 것일까. 이내 기나긴 겨울이 가고 나면 그 바람 자신은 그만치 매몰차게 불었으니 자신에게 온정도 있고 따스한 정감도 있음을 깨닫고 그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을까. 만물을 움츠리게만 하지 않고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따스한 봄바람으로 의도하고 불기도 할까. 그러나 모든 현상의 배후엔 자연自然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