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주 시인의 신작시 ★ * 저녁이란 장소 저녁입니다. 당신은 해진 신발을 신고 돌아왔어요. 눈은 주황색 피로로 가득하고 당신이 걸친 외투의 소매 끝은 남루했어요. 왜 나쁜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을까요? 저녁은 텅 빈 손으로 돌아왔어요. 양탄자도 깃털도 카스테라도 없군요. 우리가 양羊과 장미를 지키고, 비와 구름의 양육권을 지키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되겠지요. 나는 상심을 숨기려고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가만히 어루만졌어요. 소금은 흰데 그 안은 어둡습니다. 내가 더 순진했던 걸까요. 내 손이 어루만진 건 표면에 돌기가 돋은 어둠이었죠. 저녁은 뱀과 고독과 실패가 발견되기에 마땅한 장소죠. 검은 우산을 펼치고 숨고 싶습니다. 내게 빨간 장미를 선물할 필요는 없어요. 당신이 여태 누구인가를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