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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최숙자-황량한 집

황량한 집

 

 

둔촌동 북 카페
창밖에서 누군가 시선을 잡아당긴다
읽고 있던 문장들이 멈춰선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잿빛 재킷
바람이 빈 소매에 팔을 끼우고 펄럭인다


누구의 몸을 벗어버리고 재킷은
저리도 아프도록 신음하는가


궤도를 이탈한 쓸쓸한 기억들이 나뭇가지에 쌓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시간은 흐르고
매일 같은 자리에 갇혀있는 저 올가미


오랫동안 창밖, 그 자리에 있지만 없는 사내


사람들은 모딜리니아 여인의 긴 목으로 바라본다

바라보며 삼킨 체념들


늘 가위에 눌리는 꿈을 꾼다


우리는 왜 허공에 황량한 집을 지을까


혼자 견딜 수밖에 없는 시간 속에
내가 서 있다

 

 

 


최숙자 | 2019년 『미네르바』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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