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데이지김-올리브 숲

올리브 숲

 


올리브 나무가 푸르렀을 땐 흔들리기를 멈추지 않는 나뭇잎 사이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의 지저귐이 나무의 직선을
타오르고 햇볕줄기의 후렴구가 장래희망처럼 흘러내렸다


검은 숲에서 넌 조용하게 팔이 길어지는 오늘을 아침 안개처럼 쏟아내는 중이었다


깊은 여름의 속도로 푸른 가지의 관절마다 덜 여문 열매를 가득 달고 너는 내내 흐린 마음이었다


길을 모르는 어둠 앞에서 부서진 어제를 보려고 숲속에 걸어 두고 온 낡은 램프의 손목을 생각했다


토막말처럼 꼬리를 자르며 숨는 도마뱀의 방향으로 식물의 발이 길어지고 있는 여름이었다


스무 살의 작은 잎사귀에 구름 주머니는 줄무늬를 그려 넣고 햇살의 뼈를 발라낸 숲의 흉터는 검은 맛이 나는 열매로 그늘을 채우고 있었다

 

 

 


데이지김 Daisy Kim | 2020년 『미네르바』 등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