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여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김소형 - 에덴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4. 11:44

에덴

 

 

공가는 펄펄 끓는 눈 속에 있고

 

우리는 뜰에 앉아 이야기한다

 

사람이 없어야 평안하다면

천국에는 가지 않는 게 낫겠어

 

사람들은 자주 미끄러지고

우리는 가끔 사람 같아서 미안하다

 

영구차에는 버들잎 같은

영혼이 설핏 얼굴을 내밀고 있다

 

너는 삽을 들고 눈뭉치를 파낸다 어디선가 꽃부리처럼 에덴의 마음이 고꾸라진다

 

봄에는 버드나무를 심자

 

그가 놀라

봄이라니? 묻고

 

어떤 생물은 흰 빛에 파묻혀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김소형 | 2010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ㅅㅜㅍ』 『좋은 곳에 갈 거예요』. 작란(作亂)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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