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여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김문주 - 시창작교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4. 11:32

시창작교실

- 은유에 관하여

 

 

한 계절이 방안에서 지나는 동안

꽃은 피고

관객 없는 무대 위의 배우처럼

나는 방안에서 여전(如前)한 선생이었다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나 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꺼내놓기도 하다가

천변(川邊)을 걷는다

시인은 잘 보는 사람, 견자(見者)이기도 하고

잡풀이 우거진 택지지구 한편에서는 철골 건물들이 올라가는데

물가에서 잠맥질하는 오리들.

비유는 너머를 보는 능력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흰 복면을 하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

돌아온 방안에서는 강의도 어느새 끝이 나고

학생도 선생도 없는 피안(彼岸)의 교실

모니터 앞에서 나는 옛날처럼 생각이 많고

그 학생들은 저마다 사라져서

바깥은 온통 초록의 세상

 

 

 

 

 

김문주(金文柱) 2007년 불교신문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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