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보다 악몽 같은
택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달원이 보낸 배송 안내 문자를 보고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이불을 덮어쓰고 있었다
그런 꿈속에 있으려면
옷을 갖춰 입어야 하지
누가 봐도 옷처럼 보이는
옷을 마련해야 해, 피곤했다
그 옷,
아주 아름다운 저택을 상속받는 꿈
울창하고 고요한 숲속
마을을 내려다보는
멋진
멋졌던
마을이 불타고 있었다
멋있게
택배를 들여 놓고 이불을 벗어
불 속으로 조심스럽게 던졌다
죽은 사람에게도 옷이 필요한가
죽으면 사람이 아닌가
누구도 벗은 채로 떨면서 죽어서는 안 된다
불이 할 일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김복희 |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반응형
'시마당 > 2021년 여름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홍계숙-그 거리의 히말라야시다 (0) | 2021.09.02 |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이주현-빈방 (0) | 2021.09.02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정영미-고양이 등 쓸어내리는 오후 (0) | 2021.09.02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박은정-부두인형 (0) | 2021.09.01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임정남-강렬한 충동 (0) | 2021.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