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순한 철문
검고 무거운 것은 속이 뻔하고
처음 보는 것은 언제나 낯설지만
이 철문이 유독 그랬다
언젠가 맞닥뜨리리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날이 너무 빨리 왔다
문은 뒤에 화기를 감추고 서서
고객을 만났다는 듯이 내게 여유를 부렸다
도대체 이 문은 어느 편인가
소속이 선명하지 못했다
이편에 서 있으면서도 저편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일행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친구는 누어서 들어갔고
문틈 사이로 불길이 잠깐 너울거리다가
철문이 철석 내려 닫혔다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떨구고
울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관을 삼켜버렸다
다시는 볼 수 없다
이승과 저승 사이를
철문이 가로막고 선 것이다
김무웅 | 2015년 『문학시대』 등단. 시집 『맥박』. 미래시학작가회 회장. 2021 ARKO문학나눔선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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