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석민재-신경

Ofil 2021. 12. 9. 16:05

신경(神經)

 


감나무에서 떨어진 것은
갈비뼈 다섯 대가 부러져
병원 침상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잠시잠깐 저승 쪽으로 돌아눕다가
불에 덴 듯이 깜짝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은
저 가마솥 때문이다 장작불에 달아오른
신음소리 때문이다
비명보다 빠르게 도망간 고양이 때문이다
쇄액- 쇄액- 저 날카로운 고양이
푹 고아질 고양이
가마솥을 할퀴는 고양이
관절이 아픈 고양이
시칠리아의 암소 시칠리아의 암소
시칠리아의 고양이
오늘도 뒤뜰에는
솥뚜껑에 큰 돌이 얹힌 채
푹 삶기고 있는 것은

 

 

 

 


석민재 | 2015년 『시와 사상』 등단. 201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엄마는 나를 또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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