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이중환-고맙소

Ofil 2021. 12. 9. 16:18

고맙소

 

 

먼 길 걸었다
외진 길 홀로 걷다가 오싹 소름 돋을 때
나 하나는 너무 외로웠다


서서히 스며든 바람(願)은 버릴 것이 아니었다
아교같이 접착력이 좋다는 밀퍼드 사운드의
푸른 홍합을 욕심낼 때처럼
결코 헛된 욕심은 아닌 것 같다


해는 어떤 무기를 써도 정복되지 않는 것 같이
되는 것은 되고 안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만
캄캄한 길 위에 등불을 밝히듯
여명처럼 밝아오는 새벽빛 같은 것이


소중한 그대
여유로운 저녁 만찬을 소리 없이 함께해도 좋은
그런 날들을 같이 한다는 것
대보름달처럼 크고 환하게 다가온 당신
고맙소

 

 

 


이중환 | 2017년 계간 『문파』 등단. 시집 『기다리는』 공저 『그냥 또 그렇게』 『문파대표시선45』 등. 한국문인
협회, 문파문학회 이사, 시계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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