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못가는 까닭
내가 믿는 건 당신이 알겠기에
귀엣말이 아니래도 짐작하실 테죠
날이면 날마다
감춰도 비집고 나오는 하얀 서리로
엮어져 내리는 기다림
어릴 적 소꿉놀이 헝겊 조각보
정직한 그리움의 깃발 만들어
세상사람 모르는 무인도로
고동만 불면 떠나갑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물지 않아
사나운 짐승울음 바다 다스릴 길 없어
돛대도 아니 달고
미처 노도 내리질 못해요
내가 믿는 건 당신이 알겠기에
귀엣말이 아니래도 기다리실 테죠
아직도 내가 못 가는 까닭을.
김선진 | 1989년 『시문학』 등단. 시집 『끈끈한 손잡이로 묶어주는 고리는』 『촛농의 두께만큼』 『숲이 만난 세상』. 시선집 『마음은 손바닥이다』. 산문집 『소리치는 나무』. 한국현대시인상, 이화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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