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눈
눈이 왔을 때 삼월의 매화는 간지러운 듯
입 거품 모양이 되었다 눈이 왔다
눈이 내리는 나라가 아니라 눈이 내리는
동네에서
사람도 간지러운 듯 옆에 걷는 일행의
어깨를 털어준다
눈이 내리니
세상이 꽉 차는 느낌이다
나라까지는 필요 없다 눈이 내리니
아무도 침범 않는 눈이 내리는 동네면
괜찮은 밤이 온다
각자의 방에서 그녀는 발표도 하지 않을
소설을 쓰고
있다
쓰는 일은 기타를 치다 마는 것과
같은 일인가
눈이 내려서 삼월의 홍매는
입 거품을 내밀었다
이게 뭐지? 하는 건 다 운명에
가까운 거였다
성윤석 |1990년 『한국문학』 등단. 시집 『극장이 너무 많은 우리 동네』 『공중묘지』 『멍게』등.
반응형
'시마당 > 2020년 여름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김규은 - 백차를 기뻐한다 (0) | 2020.12.24 |
---|---|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함성호 - 물소리, 바람소리 (0) | 2020.12.23 |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박라연 - 어느 저녁에 (0) | 2020.12.23 |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김선진 - 아직도 내가 못가는 까닭 (0) | 2020.12.23 |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시마당] 김보림 - 그 이후 (0) | 2020.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