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저녁에
새봄이 저물어 가는데
지난 가을의
국화시체들을 수습하는 시간
방치된 국화들의 뼈아픈 순간들을
화장시키는데
내 뼈아픈 시간들이 염치 좋게
타들어갑니다.
타닥타닥
떠도는 세상의 뼈들이 함께 타들어 가는데
어머니들의 향기가 낭자합니다
바람이
나의 후회를
멀리 아득하게 데려갑니다.
땅의 시간 속에서
어서
나오겠다, 와
끝까지 서 있어주겠다, 속에서
옥신각신하던 오늘의 해는
저물어, 저물어
내 인생도 저물어, 저물어
가물가물
그저 아름답습니다
박라연(朴蓏娟) |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빛의 사서함』 『노랑나비로 번지는 오후』 『헤어진 이름이 태양을 낳았다』 등. 2008년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2010년 박두진 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문학부문 대통령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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