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재, 저 푸른 옷자락이
가는 길은 멀고 험해도 오를수록 부드러운 푸른 옷자락
펄럭이며 반겨주는 산이 좋아라.
2020 올 봄, 코로나19가 세계국경을 넘나들며
사람만을 괴롭히는 바이러스 세상
허허로운 마음 받잡고 찾아온 내가 넘은 굴뚝 재
그 옛날 성황당은 오간 데 없고
그렇게 높고 높던 산 고개가 지금은 푸른 숲 우거진 고속 도로 변
1950년 6.25 쳐내려오는 인민군 따발총소리에
가방 하나 둘러메고 피난민속에 묻혀 황급히 넘어가던 고갯길
정상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몸으로 막아서던 국군들의 혈투
오늘이 그때인양 70년 사무친 가슴이 쓰리다.
천지 가득 피어나는 꽃들의 향연에
버들강아지 진달래 개나리 생강나무 꽃동산
다람쥐 노루 고라니 토끼 뻐꾸기 산 까치 지저귀는 산새소리
작은 골짜기를 적시며 흐르는 옹달샘 모두가 여기서 태어나니
산 목련 눈 뜨는 푸른 동산 대 자연의 품속 청정지역이어라
나를 살려준 피난 길 그때를 그리며
푸른 산 옷자락에 내가 안긴다. 온 하늘이 안긴다.
신영옥 |1994년 『문학과 의식』 등단. 시집 『오늘도 나를 부르는 소리』 『스스로 깊어지는 강』 『 신영옥 작사 가곡 선집 1.2.3』 등. 한국민족문학작가협회장상, 영랑문학상, 한국아동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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