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진, 조금 먼 곳
강릉여고 근처에 모여 동기들이 자취나 하숙을 할 때
그녀는 이른 아침 시외버스를 타고 매일 통학을 했다
나릿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시내의 머슴아들은
주문진 출신을 나릿가라고 놀리던 날이 있었다
강릉에서 주문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세월을 따라 어떤 곳은 더 멀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가까워져서 사라지기도 했는데
명주군에서 지금은 강릉이 된 강릉시 주문진읍
닿을 듯 닿지 않던 조금 먼 곳이 사라졌다
아침마다 바다 냄새를 머리에 묻히고 온 여고생
말 한 마디 못 붙여본 그녀는 가물거리는 그날의
주문진 조금 먼 곳
심재휘(沈在暉) |1997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 『그늘』 『용서를 배울만한 시간』. 현대시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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