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가을호 시마당] 함기석 - 뒤 보이스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4. 15:28

뒤 보이스

 

 

독이 퍼지는 하늘이다

 

블루베리 케이크 옆 비틀어진 손목이고

 

사각(死角)의 탁자다

 

그 위에 놓인 검은 브래지어 찬 구름이다

 

끓고 있는 빗물이고

 

차도르 쓴 이란 여인의 슬픈 눈동자다

 

몇 방울의 타액, 몇 점의 가지 빛깔 흉터들

 

새벽안개 속 무연고 무덤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 번지는 흰 총소리

 

뒤의 깊은 뒷면

 

납치된 피, 물속에서 피아노가 울고 있다

 

 

 

 

 

함기석 |1992년 『작가세계』 등단. 시집 『착란의 돌』 『뽈랑공원』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등. 박인환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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