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머릿결 쓸어주기
늑대가 마을의 송아지를 물어
죽였다고 한다
자신 보다 큰 송아지 목을 물고 늘어진다, 이빨이
동맥을 찢는 순간 두 개의 몸은
피를 뒤집어 쓴 뜨거운 덩어리가 되었다
바퀴벌레를 잡았을 때 호들갑이던 너는
송아지스테이크를 썬다
입 속에서 죽음이 녹아내린다
창밖엔 바람이 쥐고 흔드는 꽃잎들
깨지는 빗방울들
늑대의 이빨이 무뎌진다
빳빳하게 일어선 털들이 가라 앉는다
개가 되어 늑대는 품에 안긴다
오물거리는 입을 바라본다
종편에서 살인에 대한 드라마를 계속 상영 한다
여전히 몰려오는 시간의 머리채
오늘은 오늘의 목을 물어 뜯으며 태어난다
김유자 | 2008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고백하는 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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