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가을호 시마당] 전옥수 - 1인 시위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4. 16:01

1인 시위

 

 

푹 눌러쓴 벙거지 모자

가로막은 마스크 사이로

시린 별 하나 깊은 강을 건너고 있다

검은 패딩 속에 꼭꼭 숨겨진 육신

무말랭이 같은 손에 들려진 피켓 한 장

매직으로 갈겨쓴 붉은 외침이

오가는 발길들 애절하게 붙들어 모은다

추운 계절 버티며

바람처럼 들고 나는 저 여리고 긴 투쟁

어린 속살 지키려 온갖 모순 앞에 홀로 선

‘양육비를 지급하라’

무리 속에 숨어들어 박제된 수치 토해내던 계절은

어린 봄을 품에 안고 언 볼 부비는데

창살같이 흘러내린 고드름은

음흉한 미소 뒤로

덧난 통증 무참히 찔러댄다

가까스로

하얀 장갑 한 켤레 건네자

언 손등위로 붉은 노을 뚝뚝 떨어진다

 

 

 

 

 

전옥수 |2008년 계간 『문파』 등단. 시집 『나에게 그는』. 계간 『문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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