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푹 눌러쓴 벙거지 모자
가로막은 마스크 사이로
시린 별 하나 깊은 강을 건너고 있다
검은 패딩 속에 꼭꼭 숨겨진 육신
무말랭이 같은 손에 들려진 피켓 한 장
매직으로 갈겨쓴 붉은 외침이
오가는 발길들 애절하게 붙들어 모은다
추운 계절 버티며
바람처럼 들고 나는 저 여리고 긴 투쟁
어린 속살 지키려 온갖 모순 앞에 홀로 선
‘양육비를 지급하라’
무리 속에 숨어들어 박제된 수치 토해내던 계절은
어린 봄을 품에 안고 언 볼 부비는데
창살같이 흘러내린 고드름은
음흉한 미소 뒤로
덧난 통증 무참히 찔러댄다
가까스로
하얀 장갑 한 켤레 건네자
언 손등위로 붉은 노을 뚝뚝 떨어진다
전옥수 |2008년 계간 『문파』 등단. 시집 『나에게 그는』. 계간 『문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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