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문주 시인의 [시창작교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시창작교실
- 은유에 관하여
김문주
한 계절이 방안에서 지나는 동안
꽃은 피고
관객 없는 무대 위의 배우처럼
나는 방안에서 여전(如前)한 선생이었다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나 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꺼내놓기도 하다가
천변(川邊)을 걷는다
시인은 잘 보는 사람, 견자見者이기도 하고
잡풀이 우거진 택지지구 한편에서는 철골 건물들이 올라가는데물가에서 잠맥질하는 오리들.
비유는 너머를 보는 능력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흰 복면을 하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
돌아온 방안에서는 강의도 어느새 끝이 나고
학생도 선생도 없는 피안彼岸의 교실
모니터 앞에서 나는 옛날처럼 생각이 많고
그 학생들은 저마다 사라져서
바깥은 온통 초록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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