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언덕이 건너온다
넘치면 화가 되는 물과 불, 심지를 조절해야 쫄깃해져요 대통나무 속에 수액이 돌면 주위가 야들해져요 동파육 레시피의 비법은 팔각향이죠 뭉친 걸 풀고 눈밭 위를 나는 동박새 깃털을 봐요 숙성의 경계에 서서 돋아나는 봄결을 혀끝에 앉혀요
모르는 사람은 사는 게 맛없다하고 외로운 사람은 촉촉한 곁을 잡아당겨요 끓이다 졸여본 소동파처럼 상큼한 청경채 한입 베어 물어요 당신이 오실까 물의 옷 불의 신발이 언덕을 오르고 있어요 아웅다웅 세운 오감이 뭉근해져요 잘나고 못남이 없는 여기를 건너가요
오현정 | 1989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라데츠키의 팔짱을 끼고』 『몽상가의 턱』 『광교산 소나무』 등. PEN문학상, 애지문학상, 김기림문학상대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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