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1년 가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가을호 시마당] 이순애-구름의 어깨에 기대어

Ofil 2021. 12. 9. 15:49

구름의 어깨에 기대어

 


해 저물녘 강가입니다 서성이며 물소리 바람 소리 듣다가 문득 구름 소리 듣고 싶었어요 올려다 본 하늘 손짓하는 구름의 기다림에 너덜한 심장 한 켠 떼어 구름의 어깨에 기댄 채 속삭임을 들어요 내 마음속 들여다보며 서러워하는 구름 호통을 쳐 천지가 진동하기도 했죠 그대는 듣고 있나요 이 엄중한 가르침 진노한 구름의 언어를요 부서진 심장의 조각들이 무거워 가슴에 부둥켜안고 밤새 흘리는 눈물 당신의 창은 비닐 껍질처럼 얇아졌어도 내 영혼에 손이 없어 깨뜨리지 못합니다


  오직 여자라는 이름으로 짓밟혀
  내가 흘린 피로
  당신의 마후라는 빨갛게 물들었죠
  자랑스럽게 하늘에 날릴 수 있나요


  구름의 어깨에 기대어 흘린 눈물로
  안개꽃을 피우고 있어요
  당신의 마음을 밝은 태양에 털어 말린 후
  꽃다발을 드릴 수 있을지 몰라요

 

 

 

 

이순애 | 2010년 계간 『문파』 시, 수필부문 등단. 시집 『예감』. 수필집 『그때 그리고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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