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시마당] 조창환-쥐를 물고 가는 뱀
쥐를 물고 가는 뱀 쥐를 물고 가는 뱀을 만났습니다 돌로 쳐 죽일까 하다가 그냥 놓아 주었습니다 저 목숨도 살려고 하는 짓인데 싶어 그리 한 줄 아시겠지만 아니올시다, 내 목숨 편히 살고 싶어 그리했습니다 시인 권달웅이 소싯적에 개구리를 물고 가는 뱀을 만나 물푸레나무 작대기로 내리쳐 때려죽였다가 찔레 덤불에 길게 축 늘어졌던 그놈이 밤이면 살아서 세모 대가리를 쳐들고 꿈틀거리며 기어들어와 혓바늘을 날름거리며 독 있는 천남성 열매 같은 눈을 뜨고 노려보더라* 하고 말한 생각이 나서 그리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어쩝니까? 꿈마다 뱀이 나타나 고맙다고 머리 조아릴 줄 알았는데 어럽쇼? 뱀은 안 나타나고 쥐가 나타나 단추 구멍 같은 눈에 눈물 글썽거리며 나를 빤히 노려보지 뭡니까? 인정머리 없는 인간아 불쌍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