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겨울 속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봤습니다
두 손이 시린지 주머니에 넣습니다
목련이 가슴 부풀어 터지는 아침입니다
겨울로 걸어가는 한 여자를 봤습니다
꽃다발 풀어헤쳐 길에다 뿌립니다
떨어진 그 자리마다 얼음꽃이 핍니다
해질녘 봄 바다는 노을을 끌어안고
여자와 그 남자는 노을 위에 눕습니다
파도는 비단 말듯이 일렁이며 말아갑니다
최순향 | 1997년 계간 『시조생활』 등단. 시조집 『긴힛단 그츠리잇가』 『옷이 자랐다』 『행복한 저녁』(영역) 등. 국제PEN한국본부 시조문학상, 한국문협 작가상, 시천시조문학상 등 수상. 세계전통시인협회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부이사장, 계간 『시조생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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