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들어 올리는 매화가 피겠다
두고 온 인연을 바다보다
날아가야 할 먼 하늘을 본다
당신을 지운 후에야 보이는 옳은 하늘빛
날벌레가 왼쪽 눈을 향해 날아들었는지
일 초의 날카로운 통증에 찔끔 눈물이 났던가
내 몸에 깃들었던 까마득한 바다를
바다가 아니라고 말하지는 말자
이제는 나무계단을 올라
다른 하늘을 날아야 할 때 목마른 매화가 피겠다
파도가 높아서 물자국이 얼룩진
결빙의 엽서를 꺼내 붉은 우체통에 넣는다
떠난 손바닥에 새, 바다를 담는다
냄새나는 손을 깨끗하게 씻으며 하염없이 손을 흔든다
저 곳으로
다시 저 먼 곳으로 우리는 매화를 멈추지 않는다
최서진 | 2004년 『심상』 등단. 문학박사.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 2018년 서울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9년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김광협 문학상, 성호 문학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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