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달
어떻게 여길 알았니?
북촌에서 수서에서
함께 손잡고 걸었던 시절 지나고
소식 없이 여기 경기도 심곡동으로 숨었는데
어찌 알고 깊은 골 산그늘로 찾아오다니…
아무개 남자보다 네가 더 세심하구나
눈웃음 슬쩍 옆구리에 찔러 넣던
신사보다 네가 더 치밀하구나
늦은 밤 환한 얼굴로 이 인능산 발밑을 찾아오다니…
하긴 북촌골목길에서 우리 속을 털었지
누구에게도 닫았던 마음을 열었었지
내 등을 문지르며 달래던 벗이여
오늘은 잠시라도 하늘 터를 벗어나
내 식탁에서 아껴둔 와인 한 잔 나누게
가장 아끼던 안주를 아낌없이 내놓겠네
마음 꽃 한 다발로 빈 의자를 채워주길 바라네
어이! 달!
신달자 | 197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봉헌문자』 『모순의 방』 『아버지의 빛』 등. 수필집 『그대에게 줄 말은 연습이 필요하다』 『엄마와 딸』 『신달자 감성포토에세이』 등.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 등. 대한민국문학상, 정지용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석정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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