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엄마잖아요
-가방 속 아이*
내 꿈은요,
언젠가 본 그림 속 식탁에 어깨를 기댄 사과 몇 알처럼 함께, 그래요 ‘함께’는 한데 섞여 어우러지는 거래요. 사과처럼 불그스레한 얼굴로 아버지가 웃으면 엄마가 웃고 나는 풍선처럼 부푼 말들을 식탁 위에 마냥 쏟아내며 깔깔깔 웃음이 헤픈 아이로,
함께요.
가로 44㎝ 세로 60㎝ 폭 24㎝ 가방, 아니 캄캄한 구멍에 나를 구겨 넣고 엄마는 당신 꿈을 다지듯 가방 위를 잘근잘근 밟았어요. 틈새로 내 꿈이 자랄까 봐 쿵쿵 뛰고 또 뛰며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을 불어넣어 가방 속에 당신 꿈을 녹이려 했지요.
궁금해요.
날 낳은 엄마는 저를 사랑했을까요. 내가 세상에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을까요. 나도 엄마 뱃속에서 발장난치고 하품도 하며 어리광을 부렸을까요.
아, 왜 이렇게 숨이 막힐까요. 헉, 헉, 답답해요. 아파요… 살려…주세요… 엄마…엄마…엄마….
누군가 날 안아주네요. 따뜻해요… 누굴까요. 귀에 속삭여요…. 미안하다 아이야
지금 푸른 들판을 달리고 있어요. 멀리 아빠가 팔을 벌리고 있어요. 엄마가 손을 흔들어요. 내게도 엄마가 있었어요. 그런데 저기, 저 엄마 아빠는 누굴까요?
엄마…, 엄마라고 불렀는데.
*2020년 6월 1일 계모 학대로 9살 아이가 가방 속에 갇혀 숨짐
정경해 | 1995년 『인천문단』 2005년 『문학나무』, 2016년 국민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가난한 아침』 『술항아리』 『미추홀 연가』. 제27회 인천문학상, 제1회 인성수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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