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오후가
붉고 투명한 비늘을 단
거대한 물고기 몸짓으로 헤엄쳐간다
정적 속으로 구릿빛 뒤웅박이
징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그들의 정수리를 딛고
익숙한 태양이 뚜벅뚜벅 걸어간다
낮잠을 갈아 내린 드립커피 한 모금
피카소의 시선으로 발뒤꿈치를 바라본다
잠결 따라 스트레칭 하듯 모란 꽃잎이 피고
꽃잎 따라 펼쳐지는 몇 갈래 인연들
점점 키가 작아지는 담벼락 끝 멀리
파블로프의 뒤통수가 소실점으로 사라진 뒤
잠깐 잠을 더 잘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침묵
노래하는 법을 잊은 어떤 오후가
홍은택 | 1999년 『시안』 등단. 시집 『통점에서 꽃이 핀다』 『노래하는 사막』. 공역시선 『영어로 읽는 한국의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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