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뿌리
저것은
물밑에서 숨을 쉰 흔적
구멍으로 드나든 연못 한 채
하늘까지 다 받아 모시고
푸른 지붕 높이 올렸네
구멍으로 지은 집은 튼실한데
식솔들 끌고 거리에 내몰리던 家長은
캄캄한 물밑처럼 수심이 깊었네
뼛속 진액들 다 빼앗기고
허방다리 짚으며 허우적거릴 때
늘어가는 빚의 구멍들, 바람의 구멍들
파문은 멀리까지 흘러갔네
뼈를 세운 것들은
그늘도 넓어
저 뿌리 얼마나 깊은지,
구멍의 힘으로 연못이 번식하네
이현실 | 2003년 『예술세계』 『미래시학』 등단. 시집 『꽃지에 물들다』 『소리계단』. 제 5회 영농신문 주최 농촌문학상, 국가보훈처 보훈콘텐츠 입상(2019)외 다수. 현 계간 『미래시학』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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