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겨울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시마당] 김태형 - 창라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8. 17:42

창라

 

 

가다가도 굽이를 치기 마련이듯

길은 뻗어 올라왔다

길 아닌 곳조차도 누군가 지나왔다

 

소금가마니를 실었을까

잘 빻은 보릿가루를 짊어졌을까

눈이 크고 순한 짐승의 잔등에 짐을 싣고

설산을 넘어오던 오래된 길이

어딘가에 또 숨겨져 있었다

 

은가락지를 하나 만들기 위해

말린 살구 포대를 들고

깊은 마을의 대장간을 찾아 들어갔으리라

그 길에 살구꽃이 한창 흩날렸으리라

구불구불 했으리라

 

사람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높은 하늘을 붙들고서야 내려갈 수 있는 길이었다

안개가 내려서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김태형1992현대시세계등단. 시집 로큰롤 헤븐』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코끼리 주파수. 산문집 초능력 소년. 4회 시와사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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