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라
가다가도 굽이를 치기 마련이듯
길은 뻗어 올라왔다
길 아닌 곳조차도 누군가 지나왔다
소금가마니를 실었을까
잘 빻은 보릿가루를 짊어졌을까
눈이 크고 순한 짐승의 잔등에 짐을 싣고
설산을 넘어오던 오래된 길이
어딘가에 또 숨겨져 있었다
은가락지를 하나 만들기 위해
말린 살구 포대를 들고
깊은 마을의 대장간을 찾아 들어갔으리라
그 길에 살구꽃이 한창 흩날렸으리라
구불구불 했으리라
사람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높은 하늘을 붙들고서야 내려갈 수 있는 길이었다
안개가 내려서 어디로든 갈 수 있었다
김태형|1992년 『현대시세계』 등단. 시집 『로큰롤 헤븐』 『히말라야시다는 저의 괴로움과 마주한다』 『코끼리 주파수』 등. 산문집 『초능력 소년』 등. 제4회 시와사상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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