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강변
청미천이 버드나무와 갈대를 데리고 와
남한강을 만나는
옛날 나루가 있었다는 도리마을 앞 강둑
습지에는 뗏목 꾼을 따라와 무리를 이루고 사는
단양쑥부쟁이 밭이 은하수 내려온 듯 부옇고
강 언덕에는 별무더기가 금계국으로 환하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 시절에도 마당에 모여
풍물 치며 행진하는 나루굿을 하고
수박과 돼지머리와 마른 북어를 놓고 절을 한다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
머리카락이 겨울 산처럼 희고 깨끗한
의리가 히말라야만큼 높은 시인이
마을사람들과 잘 어울려 사는 동네
농장에서는 저녁닭이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닭울음소리에 화답하듯 정겹다
개망초와 쑥부쟁이와 금계국과 나리꽃이 환한
청미천이 남한강을 만나는 곳에서
옛 도리나루터까지 강물 따라 걸어가는
붉은토끼풀 꽃이 핀 저녁 무렵 강변
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서사시 금강산』 등. 산문집 『맑은 슬픔』. 윤동주상문학대상, 신석정문학상, 녹색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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