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이 또 여러번
비가 온다 나무는 얼마간
제 둘레를 한껏 가려준다
품 안으로 사람들이 뛰어 든다
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더는 가려주기가 어려웠다
에잇, 사람들은 떠나버린다
미안하다거나 서운하다거나
감정은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참으로 여러번 일어났던 일은
또 일어날 일이었을 뿐
여러번이 또 여러번 지나가고
떠나갔던 사람들 어찌어찌 와서
어이쿠, 천년이나 된 나무네
놀란 표정으로 한 바퀴 돈다
또 일어날 일이었다
여러번의 여러번 천년의 천년 동안.
한영옥 |197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아늑한 얼굴 』 『다시 하얗게』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등.
한국시인협회상, 전봉건 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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