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2020년 겨울호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시마당] 한영옥 - 여러번이 또 여러번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2. 28. 17:26

여러번이 또 여러번

 

 

비가 온다 나무는 얼마간

제 둘레를 한껏 가려준다

품 안으로 사람들이 뛰어 든다

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더는 가려주기가 어려웠다

에잇, 사람들은 떠나버린다

미안하다거나 서운하다거나

감정은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참으로 여러번 일어났던 일은

또 일어날 일이었을 뿐

여러번이 또 여러번 지나가고

떠나갔던 사람들 어찌어찌 와서

어이쿠, 천년이나 된 나무네

놀란 표정으로 한 바퀴 돈다

또 일어날 일이었다

여러번의 여러번 천년의 천년 동안.

 

 

 

 

 

한영옥 |1973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아늑한 얼굴 』 『다시 하얗게』 『슬픔이 오시겠다는 전갈』 등.

한국시인협회상, 전봉건 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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