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호탕하게 웃음이 헤프던 날도
하늘이 내려앉듯 절망이 밀려온 날도
망설임이 크던 마음
모두 다 털어버린 용기를 앞세워
굽은 숲길 따라 오르고 오르며
어느 양지녁 만날 때까지
오르기만 하자는 발걸음
어느 것 하나도 소용없다는
마음 하나 꽉 잡아매고
얼마쯤 따라 오르는 낯선 길
안개 피어 잘 보이지 않는 일주문 앞에
멈추어 버린 마음은
어디에 있는지 온데간데없고
그림자이듯 육신 떠난 옷자락만
그 흔적을 더듬어 찾고 있을 뿐
고요하다
양숙영 | 2007년 계간 『문파』 등단. 시집 『는개』. 제4회 배기정문학상 수상. 한국문협위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문파문협 이사. 고양문협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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