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茶
사과 반알 만한 옹기 찻잔에
불을 품은 전등알만큼 따끈한 물을 붓자
화들짝 놀라는 한 송이 꽃
맨살에 내린 서리, 견뎌낸 아픔 깊숙이 감추며
봄을 알린 귀한 인연 저버리고
우려내는 잔혹한 마음 시리다
시치디 뚝 떼고 마시기엔 주춤 거리고
그냥 밀어 놓기엔 아쉬움 남아
눈을 감고 향을 맡는다
나무꾼 손등처럼 투박한 찻잔
복사꽃 빛 잔 받침에 고이 앉았는데
마시라며, 속눈썹 끔벅거리는 매화 한 송이
강정임 |2007년 『문학마을』 등단.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연세대 사회교육원 교수역임, 향원 꽃 리서치 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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