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은행 길 건너편 상가 지하 2층에 은행이 있다. 낡은 문을 밀며 들어서면 지하 특유의 퀴퀴한 곰팡이 냄새와 꾸깃한 지폐 냄새가 섞여, 무덤 같은 어둠과, 그 속에 붉게 빛나는 눈들이 있다. 매일 청소를 하지만 거미줄에는 노란, 줄무늬가 무서운 거미들과 천장의 석류램프에는 이따금씩 나방들이 뛰어들어 터지는 비명이, 들리고 매일 청소를 하지만 바닥은 끈적거리는, 늪의 습기와 썩어들어가는 나뭇가지들과 무언가가 가라앉고 있다. 상가 계단은 아래로, 지하로,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어지고 한참을 내려, 가다, 보면 은행 문이 보인다. 낡은 문을 밀고 들어서면 급여이체를 위한 추가상품과 지로 공과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 안내문이 덜덜, 떨고 바람은 왜 그리 세게 부는지, 서늘한 감촉의 카드와 무인지급기와 도장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