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박미경 아침, 식당에서 수프를 한 스푼 들이마신 어머님이, “아.” 하고 나직이 소리를 지르셨다. “머리카락인가요?” 수프에 뭐 언짢은 게 들었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아니.”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한 스푼 훌쩍 입속에 흘려 넘기시고, 딴 생각을 하는 듯한 조용한 얼굴로 옆으로 향하여, 부엌 창밖에 만발한 산벚꽃을 쳐다보셨다.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사양斜陽』의 첫머리다. 수프를 마시는 어머니의 기품을 묘사하면서 남이 흉내 낼 수 없는 ‘천작天爵’-하늘이 내린 작위를 가진 사람으로 찬탄해 마지않는다. 자식에게서 천작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다니… 그 인상적인 풍경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후에 툴루즈 로트렉의 (1882)을 보던 순간 영화처럼 다자이 오사무 소설 속의 어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