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 어느 시간의 부름이 있어 구름 저편으로 연하게 밝아오는 초벌의 아침하늘에 출사표를 던지는가 저공을 귀얄처럼 쓸고 가는 날갯짓 소리 떼로 날아가는 기세 자못 힘차다 대륙간비행에 비책이 따로 있다고 해도 활공에는 간결한 비법이 상책인 것 가끔 어린 울음의 먹물을 뿌려놓고 오로지 돌아갈 때와 날아갈 지평선만 아는 바람의 붓질로 이어가는 운필의 전상서는 오직 극지에서만 받아볼 수 있다 저마다 깃 푸른 일심으로 가고 또 가는 것을 뜬구름 하나 사라진다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기러기는 혼신의 힘으로 갈라지는 붓끝을 부여잡고 필생의 필치를 뿌리며 가는 것 어느 예인이 있어 떠오르는 해로 천명의 낙관을 찍을 수 있는가 기러기 날아간 구름 저편 하늘의 어디에도 소실점이 없다 신현락 | 199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