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시마당] 이동욱-짐작할 뿐이야
짐작할 뿐이야 기린이 프린트된 냅킨은 처음이야 당신은 냅킨을 만지며 말했지 손가락 사이에서 비치는 것은 무엇일까 기린은 얼룩이 전부야 수풀에 몸을 낮춘 맹수와 초원을 적시는 스콜 한낮의 온순함이 섞여 있는 곳으로 우리, 아는 걸 이야기하자 이를테면. 말을 마치고 당신은 냅킨을 반으로 접었다 우아함은 어디서 오는가 길게 목을 늘이며, 여기서 거리를 내려다보면 기린의 시선쯤 될까 사람들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하나같이 보잘 것 없구나 여기서 보면,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기린에 대해 이야기하자 냅킨을 한 번 펼치고, 다시 펼쳤다 기린은 그대로인데, 초원은 자꾸 커졌다 커지면서 얇아졌다 차라리 모두 이리로 불러와 함께 있으면 뭐라도 되겠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미소는 금세 사라지고 주름이 남았다 당신은 어디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