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를 잘라놓고 지난해 마지막 눈발 날리던 날 나무들 가지 끝이 곧 부풀어 오를 연둣빛으로 아른거릴 때 윗가지를 송두리째 다 잘려 기둥처럼 우뚝 선 목단 풍 나무에 겁 모르는 직박구리 한 마리가 찾아와 몇 번 허공을 치고 날았다 잘려나간 가지 턱 상흔 위에 돋기 시작한 때늦은 사월의 싹눈들은 숨겨온 환지통(幻肢痛)을 앓고 있었지만 새는 무심한 듯 날개를 펴고 접고 한가로운 몸짓을 되풀이했다 땅에 떨어져 흩어진 잔가지들만 바람결을 거슬러 서로 엉켜 부딪히며 달라진 봄날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정이춘 | 2013년 계간 『문파』 신인상 등단. 시집 『답신』. 문파문학상. 창작수필문학상 수상. 문파문학회, 한 국문협, 창수문인회, 수수문학회, 소향음악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