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의 영역 못을 박아 우기를 걸어 두면 바랜 벽을 기어오르는 검은 꽃 이불과 향은 한 다발이 되고 어둠의 시접이 창 쪽으로 접힌다 한때의 꽃이 피는 우기의 방 여전히 달큰한 검정 벽에 붙어 있는 식탁이 고요해서 불빛들만 시끄럽고 꽃은 소란을 지난다 한 사람을 보내고 누워 있는 방이 너무 넓어 여름을 몰아쉬는 동안 끈적하게 달라붙는 거짓말 되돌리고 싶은 마음을 꽃으로 모았으면 사막 몇 개쯤 덮고도 남았을 텐데 한껏 몸을 말아 발자국을 받아적다가 끄덕이다가 아, 다시 다시 한 사람을 지나치는 말의 씨앗들 도처에서 만발하는 검은 향 검정은 감정의 소용을 넘고 빗줄기를 타고 흐르다 어느 날에 덩그러니 걸린 묵음 한 사람이 멀어져도 잠시 울고 잠시 웃을 수 있고 시절이 지나도 그때의 향은 남는다 비의 갈피에 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