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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시마당] 이이향 - 말랑카우

 

말랑카우

 

 

 

말랑카우를 받았지요
아프다는 말은
타락(駝酪)인가요
아프고, 아끼는 동안 소식이 없어
말랑카우는 주머니 속에서
흰죽처럼 흐물해졌지요
추워진 시간들이 주머니를 기웃거리는 날이면
먹어치울 수도 없는 말랑카우를 꺼내
데운 우유처럼
후후 더디게 불었지요
어디일까
누구와 있을까
무얼 먹을까
몸을 부비듯 묻고 물어보는 소식들을 불어 녹이며
질문하는 시간쯤은 여기 두지 말아야지
끈적해지는 건 바보 같으니까
병든 약속 같은 건 멀리 쫓아 보내고
형체를 바꾸고 영롱히 녹아 없어지기를
푸른 바다로의 열망이 자결을 받들고 흘러가듯이
물음표 같은 건 너무 순수하잖아
말랑카우 같은 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타락(墮落)인가요
라고 말하면 거짓말처럼
위로가 되지요

 

 

 

 

 

이이향 | 2016년 계간 『발견』 등단. 2020 엔솔로지 『목이 긴 이별』 공저. 2010년 여성조선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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