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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2021년 봄호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시마당] 전가은 - 데니 사이에서, 나는 인식한다

 

데니 사이에서, 나는 인식한다

 

 

 

낙타 등이 사막에 아득히 펴지는 날
주름진 짐들은 모래로 흩어지고
아이들은 탄호이저 서곡으로 들어갔다

 

한 세기 봄날을 들이기 위해
동토에서 아이들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축을 흔드는 채찍을 잡고
골짜기 틀어가는 계곡으로
나직나직 마중 가는 길

 

시절 따라 인연 따라 닦아놓은 길은 사라지고
길 들어진 절벽에서
사라진 말들을 불러 힘의 중심을 세운다

 

그날의
낮 열두 시처럼

 

개울물에 건져 올린 달빛에 영근
은행나무 아래에서
쑥부쟁이 옹알대는 탄호이저 서곡을 듣는다

 

 

 

 

 

전가은 | 2016 『미네르바』 등단. 시집 『스며들다』 『모래 위의 잠』. 평론집 『한국근현대 문제작가 평론』 등. 시예술아카데미상, 한국에세이평론상, 설총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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