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 사이에서, 나는 인식한다
낙타 등이 사막에 아득히 펴지는 날
주름진 짐들은 모래로 흩어지고
아이들은 탄호이저 서곡으로 들어갔다
한 세기 봄날을 들이기 위해
동토에서 아이들을 찾아가는 길이다
지축을 흔드는 채찍을 잡고
골짜기 틀어가는 계곡으로
나직나직 마중 가는 길
시절 따라 인연 따라 닦아놓은 길은 사라지고
길 들어진 절벽에서
사라진 말들을 불러 힘의 중심을 세운다
그날의
낮 열두 시처럼
개울물에 건져 올린 달빛에 영근
은행나무 아래에서
쑥부쟁이 옹알대는 탄호이저 서곡을 듣는다
전가은 | 2016 『미네르바』 등단. 시집 『스며들다』 『모래 위의 잠』. 평론집 『한국근현대 문제작가 평론』 등. 시예술아카데미상, 한국에세이평론상, 설총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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