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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202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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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기획특집] 김효숙 - 호모필로포엠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 호모필로포엠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 피타고라스에게 별은 세계의 실재를 직관하는 매체였다. 루카치의 별은 신화 세계의 총체성 안에서, 칸트의 별은 양심의 지도 위에서, 윤동주의 별은 초자아의 자리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도시에서는 이제 전류를 셧다운 하지 않는 한 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인류가 망각해 온 불길한 문명의 속성을 밤하늘이 증명한다. 인류가 꿈꾸던 신비한 우주가 과학 문명의 종착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곳에서 오는 빛을 볼 수 없어진 하늘을 향해 인류는 점점 머리를 들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 그럴지라도 시인들은 별을 떠나지 않고 시를 쓴다. 상상력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에도 시는 과학처럼 우주까지 가 닿는다. 과학기술이 인류를 구원하리라는 교만한 믿음이 시인에게 없는 것은, 그들이 ..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기획특집] 박용하 - 인간은 아무리 멀리 가도 인간은 아무리 멀리 가도 별은 멀고 인간은 가엷다 별은 깊고 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빛난다 높은 것은 깊은 것 손 댈 수 없이 높은 것은 입 댈 수 없이 깊은 것 별은 너무 깊어 겸손을 모르고 별은 너무 높아 부끄러움을 모르고 인간은 여전히 오만하다 많이 건방지다 그가 사는 행성에서 문제는 인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문제적 동물은 인간이라는 동물 그럼에도 우리는 해의 자식들 달의 후손들 별의 조상들 우주 먼지의 후예들 해의 눈부신 시선과 달의 그윽한 호흡과 별의 눈부시지 않은 서광과 함께 한 없이 높은 것은 원 없이 깊은 것 별은 너무 멀고 인간은 너무 가깝다 별은 깊은 곳을 넘어 깊고 나는 곁에 있는 인간에게도 닿을 수 없고 인간은 아무리 멀리 날아도 자신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벗어나지 못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