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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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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조해주 시인의 [시먼딩] 시 낭송 2021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조해주 시인의 [시먼딩]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시먼딩 조해주 눈앞을 지나가는 빛의 무리는 정말 오토바이일까 한 대의 오토바이가 푸르게 쌓아놓은 석과 더미를 무너뜨린다 천막 아래서 졸던 과일가게 주인이 놀라서 얼른 뛰어나오고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덩어리들을 주워 담기 시작한다 이거 먹 을 수 있는 건가 생각하면서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과육 석과에서 나온 하얀 속이 여기저기 덮인 바닥 눈앞을 지나가는 것이 정말은 무엇인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마는 그것을 멈춰 세우는 순간 사람 머리 따위는 한 번에 날아가버리겠구나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젖은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부서진 석과는 부서지지 않은 석과와 함께 봉투에 가득 담겨..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김성규 시인의 [하루 전날] 시 낭송 2021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성규 시인의 [하루 전날]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하루 전날 김성규 짐을 나르는 그의 뒤에 죽은 사람이 서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독하게 지쳐 쓰려졌을 때 그는 슬픔을 느꼈을까요 잠들기 직전 펜을 잡고 써봅니다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잠에 빠진 날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서 있습니다 잠 속에서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아니면 그다음 날 그만두어야 함을 알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줄 써봅니다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마음은 단련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 내 이마를 쓸어주고 있습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겨울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뒤 보이스 함기석 독이 퍼지는 하늘이다 블루베리 케이크 옆 비틀어진 손목이고 사각(死角)의 탁자다 그 위에 놓인 검은 브래지어 찬 구름이다 끓고 있는 빗물이고 차도르 쓴 이란 여인의 슬픈 눈동자다 몇 방울의 타액, 몇 점의 가지 빛깔 흉터들 새벽안개 속 무연고 무덤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 번지는 흰 총소리 뒤의 깊은 뒷면 납치된 피, 물속에서 피아노가 울고 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가을호] 김문주 시인의 [시창작교실]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문주 시인의 [시창작교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시창작교실 - 은유에 관하여 김문주 한 계절이 방안에서 지나는 동안 꽃은 피고 관객 없는 무대 위의 배우처럼 나는 방안에서 여전(如前)한 선생이었다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나 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꺼내놓기도 하다가 천변(川邊)을 걷는다 시인은 잘 보는 사람, 견자見者이기도 하고 잡풀이 우거진 택지지구 한편에서는 철골 건물들이 올라가는데물가에서 잠맥질하는 오리들. 비유는 너머를 보는 능력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흰 복면을 하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 돌아온 방안에서는 강의도 어느새 끝이 나고 학생도 선생도 없는 피안彼岸의 교실 모니터 앞에서 나..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문신 하루쯤 휘청,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도 좋으련만, 누군가 묵묵하게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아 심심한 목덜미를 기웃거리며 아내는 외출을 준비하고, 식탁 위에 놓인 수저 한 벌이 흐리다 이런 저녁이면 자주 흘려놓던 한숨도 부질없다 부질이라…… 이 말에는 쇠에 불을 먹여야 단단해진다는 대장장이의 통찰과 노동의 역사가 있다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또 일없이 맞이하는 저녁이야말로 부질과 먼 일이다 그럼에도 밥그릇을 비우고 흘린 밥알을 훔치고 수저를 씻어 수저통에 가지런하게 눕혀놓는다 이렇게 살아보니 사는 일만큼 허술..
[계간 문파문학 2019 여름호] 김경미 시인의 [청춘] 시 낭송 계간 문파 여름호 [Editor's Pick]에 실린 김경미님의 시 [청춘]을 저자의 육성으로 들어 봅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송진권 시인의 [물속의 결혼식]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송진권의 [물속의 결혼식]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물속의 결혼식 송진권 물속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색색 물들인 피륙을 실은 해마들과 떠돌이 방물장수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청첩을 들고 몇몇은 일각 고래를 타고 떠나거나 병에 편지를 담아 빙산 위의 은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해저동굴에서 가져왔다는 큼직한 진주 알이 가짜로 드러났지만 아무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신부의 어머니는 시종일관 울었으나 아버지는 담담하였다 신부는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새우 더듬이나 쥐어뜯었고 철부지 신랑은 복어를 걷어차며 친구들과 놀았다 성장을 한 들러리들은 모두 육지에서 온 빈 소라고둥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포..
[계간 문파문학 2019 겨울호] 안태운 시인의 [산책했죠] 시 낭송 계간 [문파] 겨울호의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안태운님의 [산책했죠]의 시낭송을 봅니다. 시낭송은 시인 김태실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산책했죠 안태운 산책했죠. 우산을 사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비가 오고 있었으니까. 밖으로 나가니 그러므로 이제 필요해진 우산을 사야 할 거라면서, 나 는 산책했죠. 그렇게 우산 가게로 향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하 지만 가게에는 마음에 드는 우산이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우산 같지 않았어요. 잠깐 우산 같은 게 무엇인지 골몰했지만 그랬음에도 어쩔 수 없었으므로 나는 가게를 나섰습니다. 우산 같은 건 무엇인가, 생각하면 서. 할 수 없이 더 먼 곳에 있는 우산 가게로 향했어요. 우산 같은 건 무 엇인지, 비는 내렸고 가게로 걸어가는 사이 비가 그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