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기획특집] 이근화 - 경계에 선 존재들, 그리고 시의 날개
경계에 선 존재들, 그리고 시의 날개 마스크를 쓴 봄이 왔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밖을 내다본다. 어느 아침 아이들은 창밖을 보며 와, 나비다. 나비가 날아다녀요, 그런다. 10층 높이에 나비가? 설마. 흩날리는 벚꽃 잎이다. 그런데 정말 나비처럼 보인다. 제법 환상적이다. 얘야, 그건 꽃잎이란다. 아니야, 나비야. 정말 나비. 이 삶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뿌옇게 흐린 봄의 대기로 폴폴 날아다니는 저건 아이에게 나비로 기억될 것인데, 더 이상 꽃잎이라고 바로 잡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봄조차 실감이 나지 않는 판에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바로잡을 것인가 말이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페미니스트인 도나 해러웨이는 인간중심주의 구도를 넘어서기 위해 유인원, 사이보그, 앙코마우스와 같은 혼종적 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