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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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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기획특집] 동시영-김광규 시의 구성법 분석 김광규 시의 구성법 분석 동시영 1. 머리말 쥬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시적 예술은, 긍정적 거부, 심미적, 형식적인 통일성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를 하며 인간의 비균질성에 대한 확신을 웅변적으로 진술한다” 했다. 문학은 언어로 하는 예술적 혁명이다, 시적 언어, 시 텍스트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섬세하고 체계적인 거부의 도구를 요구한다. 예술적 행위에 의하여 예술의 밖에 있어야 한다. 시가 쓰여지는 한, 시 쓰기의 방법은 완성도 전형도 없다. 로만 야콥슨Roman Jakobson은 “시에 나타나는 다양한 형태학적 분류, 상호 관계에 대한 설명을 총체적으로 하다 보면, 연구자는 예상치 못한 균형 잡힌 구조, 등가적 형태의 효과적 누적, 상호작용을 발견하게 된다”고 했다. 이 글은 김광규 ..
[계간 문파문학 2021 여름호 기획특집] 권성훈-시마의 원리와 기호학 시마詩魔의 원리와 기호학 권성훈(경기대학교 교수) 1. 시의 힘은 시마詩魔에서 나온다. 시마는 친숙한 것을 생소한 것으로 만드는 마력을 가진다. 독자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정신을 현혹시킨다. 이것은 언어 작용으로서 낯익은 것도 낯선 것으로 변화시키는데 기호로 형성된다. 기호는 전달 기능으로 소리 언어가 아닌 문자 언어 체계를 매개로 한다. 기호학에서는 이를 의미 작용과 의사소통으로 나눈다. 의미 작용signification은 기호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데 쓰인다.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이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다. 이 둘을 합한 것이 바로 소쉬르(Saussure, Ferdinand de, 1857~1913)가 기호학에서 말하는 기..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기획특집] 전준엽 - 예술의 동력은 서정이다 예술의 동력은 서정이다 - 그림 속의 시, 시 속의 그림 역사는 말한다. ‘이념이 번성하는 시대의 예술은 피폐하다’고. 파시즘과 나치즘, 마르크시즘 광풍이 둥지를 틀었던 20세기 유럽과 아시아 일부지역에서 예술은 이념의 나팔수였다. 이런 시대는 예술가에게 투사적 삶을 요구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투사가 아니다. 투사는 이념을 먹고 살지만, 예술가의 양식은 서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 우리는 이념의 이름으로 예술의 본 모습을 왜곡시켜 왔다. 그런 시절을 견뎌야 했던 윤동주는 지사적 삶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이 밉다고 노래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었던 그는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여린 감성의 시인이었지만 오늘의 한국은 그를 ‘민족시인’으로 못 박아버렸다. 이념 전쟁으로 황막했던 ..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기획특집] 유종인 - 두 자화상 속에 드리워진 황홀경의 자아 혹은 무아 두 자화상 속에 드리워진 황홀경의 자아 혹은 무아 창밖에 바람이 분다. 한때 탐라(耽羅)에 내려와 창밖 멀리 섬을 스치는 바람을 본 적도 있다. 오늘의 나와 그날의 나는 어느 것이 더 윗길인가. 그런 것이 있기나 한가. 창밖의 바람은 그 자신이 바람이라는 것을 알고 불까. 또 바람이 의식하는 ‘자신’이라는 것은 또 무언가. 그리고 자신이 겨울 속에서 불어서 겨울바람이라고 알고 작정하고 강퍅하고 춥고 거칠게 부는 것일까. 이내 기나긴 겨울이 가고 나면 그 바람 자신은 그만치 매몰차게 불었으니 자신에게 온정도 있고 따스한 정감도 있음을 깨닫고 그 생각을 고쳐먹을 수 있을까. 만물을 움츠리게만 하지 않고 소생시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따스한 봄바람으로 의도하고 불기도 할까. 그러나 모든 현상의 배후엔 자연自然이..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기획특집] 김효숙 - 호모필로포엠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 호모필로포엠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 피타고라스에게 별은 세계의 실재를 직관하는 매체였다. 루카치의 별은 신화 세계의 총체성 안에서, 칸트의 별은 양심의 지도 위에서, 윤동주의 별은 초자아의 자리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도시에서는 이제 전류를 셧다운 하지 않는 한 별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동안 인류가 망각해 온 불길한 문명의 속성을 밤하늘이 증명한다. 인류가 꿈꾸던 신비한 우주가 과학 문명의 종착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곳에서 오는 빛을 볼 수 없어진 하늘을 향해 인류는 점점 머리를 들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 그럴지라도 시인들은 별을 떠나지 않고 시를 쓴다. 상상력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을 때에도 시는 과학처럼 우주까지 가 닿는다. 과학기술이 인류를 구원하리라는 교만한 믿음이 시인에게 없는 것은, 그들이 ..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기획특집] 박용하 - 인간은 아무리 멀리 가도 인간은 아무리 멀리 가도 별은 멀고 인간은 가엷다 별은 깊고 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서 빛난다 높은 것은 깊은 것 손 댈 수 없이 높은 것은 입 댈 수 없이 깊은 것 별은 너무 깊어 겸손을 모르고 별은 너무 높아 부끄러움을 모르고 인간은 여전히 오만하다 많이 건방지다 그가 사는 행성에서 문제는 인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문제적 동물은 인간이라는 동물 그럼에도 우리는 해의 자식들 달의 후손들 별의 조상들 우주 먼지의 후예들 해의 눈부신 시선과 달의 그윽한 호흡과 별의 눈부시지 않은 서광과 함께 한 없이 높은 것은 원 없이 깊은 것 별은 너무 멀고 인간은 너무 가깝다 별은 깊은 곳을 넘어 깊고 나는 곁에 있는 인간에게도 닿을 수 없고 인간은 아무리 멀리 날아도 자신의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을 벗어나지 못 한다 ..
[계간 문파문학 2020 가을호 기획특집] 송재학 - 상상보다 더 끔찍한 현실의 이름, 질병 상상보다 더 끔찍한 현실의 이름, 질병 -이상의 시 「內部」에 대하여 마산 가포에 조선총독부 직영 결핵요양소가 세워진 것은 1941년. 1882년 코흐가 결핵균을 발견하고 1928년 황해도 해주에 기독교 조선 감리교회 선교사에 의해 결핵환자를 위한 해주구세요양원이 세워졌다. 1920년대의 세브란스병원의 통계에 의하면 외래환자 중 30%가 결핵환자였으며 전국적으로 매년 5만 명이 결핵으로 사망하였고, 1942년의 기록에는 당시 조선에는 40만 명의 결핵 환자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일제 강점기, 충분한 영양과 좋은 공기 그리고 휴양이 당시에는 최선의 결핵 치료법이었다. 해방 이후 마산의 결핵요양소는 국립마산병원으로 바뀐다.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날씨를 보유한 마산은 이미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 결핵 치료의 중..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기획특집] 이근화 - 경계에 선 존재들, 그리고 시의 날개 경계에 선 존재들, 그리고 시의 날개 마스크를 쓴 봄이 왔다. 새장에 갇힌 새처럼 밖을 내다본다. 어느 아침 아이들은 창밖을 보며 와, 나비다. 나비가 날아다녀요, 그런다. 10층 높이에 나비가? 설마. 흩날리는 벚꽃 잎이다. 그런데 정말 나비처럼 보인다. 제법 환상적이다. 얘야, 그건 꽃잎이란다. 아니야, 나비야. 정말 나비. 이 삶이 갑자기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뿌옇게 흐린 봄의 대기로 폴폴 날아다니는 저건 아이에게 나비로 기억될 것인데, 더 이상 꽃잎이라고 바로 잡지 않았다. 마스크를 쓴 봄조차 실감이 나지 않는 판에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바로잡을 것인가 말이다. 생물학자이자 철학자이며 페미니스트인 도나 해러웨이는 인간중심주의 구도를 넘어서기 위해 유인원, 사이보그, 앙코마우스와 같은 혼종적 존..